우울증에 관해

오늘은 ‘마음의 감기’라 불리우는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해요.

​마음의 ‘감기,’ 그만큼 흔하고 익숙하다는 뜻이겠지요. 우울감을 “기분 다운이야,” “꿀꿀해”같은 표현으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우울감은 수시로 마음을 드나드는 손님이다보니,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죠.

우울한 기분이 얼마나 심해야 혹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 되어야 우울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 궁금증에 대해

일단 우울감은 우울증의 필요조건이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란 말이죠. 또한 며칠 기분이 꿀꿀하다고 하여 우울증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우울증은 대표적인 “기분장애”로, 기분이 비교적 장기간 망가진 탓에 내 인지와 행동, 더 나아가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장애인 거죠. “2주”이상 우울 증세의 지속을 보이면 장애로 봅니다.

“왜 하필이면 2주야?” 라고 물으시면 딱히 할 말이… 원래 정신건강 분야의 사람들에게 진단명 교본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은 성경책과 같은 겁니다만, 진단에 필요한 증상을 정하는 데 특별한 과학적 원리나 마술의 요소가 있는 건 아닙니다. 위원회 (task force)가 구성되고 (최근 개정된 DSM-5의 경우 전문가 27명으로 구성), 전문가 집단이 비밀투표로 부쳐서 일정수가 동의를 하면 진단에 요구되는 증상으로 결정되는 겁니다. 비판도 많고 말도 많고 하는 과정인데요… 주제와 무관하니 슬쩍 패스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위의 이야기는 2주라는 기준이 어쩌면 임의적이라는 의미에서 드렸던 첨언이었고, 2주가 매직 넘버일 필요는 없지만, 함의는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우울감은 수시로 찾아드는 익숙한 기분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탄성력과 회복력이 있어 대개의 경우 짧은 기간 끙끙 앓다가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회복력을 마비시키고 ‘장기적’으로 지속이 될 때 치료를 요하는 “임상적 질병 (clinical illness)”으로 진단을 하는 것이고, 장기적인 기준은 임의적으로 혹은 거수로 우울증의 경우 2주로 결정이 된 거지요.

우울증과 관련된 통계를 한 번 살펴 보도록 하죠. 미국인의 평생 유병율은 16%인데 반해, 일본의 경우 3% 정도라고 하네요. 일단, 평생 유병율이라 함은 한 개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 이상 발생하게 되는 질병의 발생율의 경우를 전체 인구에 대비시켜 보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인 100명 중 16명은 평생을 살며 우울증을 1번 이상 겪고, 일본인의 경우 100명 중 3명이 그렇단 말이죠.

통계에서의 숫자는 늘 해석을 요구합니다. 미국인은 일본인에 비해 더 우울한 혹은 불행한 사람들일까요? 혹은 미국인은 일본인에 비해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들일까요?

제 해석은 말이죠, “문화적 차이로 본인이 미국인에 비해 우울장애를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데서 기인하는 차이이다”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 한국을 포함하는 동북아시아권 문화의 경우 감정을 알아차리고, 처리하고,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이고, 정신건강 서비스를 찾는 빈도율도 서구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지요. 또한 아시안인들의 경우 신체화 장애 (psychosomatization) 빈도가 높다고 해요. 신체화 장애란 심리적 장애의 해소구를 찾지 못하여 마음의 병이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걸 일컫습니다. 한국에서는 “홧병”이라고 하죠? 마음이 아픈건데 몸이 대신 아파해 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머리도 아프고 온몸이 욱신거리고 심장이 쿵쿵 거리고 등등의 식으로요.

다른 통계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미국에서 자살과 우울증의 상관관계는 어떨까요? 미국의 경우 사인의 4위가 바로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연구마다 표본의 차이가 있다 보니 결과도 조금씩 다릅니다만, 대개 자살한 사람들의 개인사를 역추적하는 심리적 부검 (psychological autopsy) 연구를 보면 대략 15% 가량의 자살자가 자살 당시 우울증을 앓았다고 해요. 자살자의 일생동안의 우울증 유병율은 60% 정도나 되었구요. 우울증을 앓는 사람 10명 중 3-4명은 자살을 시도한다 하구요, 10명 중 1-2명은 격국 자살에 성공을 합니다.

요약하자면,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처럼 가볍게 찾아올 수도 있지만, 당신을 죽일 수도 있는 무서운 병입니다.

이제 우울증의 증세를 살펴볼까요?

  1. 우울감
  2. 흥미 또는 즐거움 저하
  3. 식욕 및 체중 변화
  4. 수면장애, 불면증 및 과잉수면
  5.  심리운동 과잉 (예, 안절부절) 또는 저하
  6. 피로감, 기운없음
  7. 무가치함, 최책감
  8. 집중력 저하, 결정 장애, 혹은 기억력 저하
  9. 죽음 혹은 자살에 대한 생각 및 계획, 혹은 자살 시도

9개의 증상 중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될 경우 우울증 진단이 가능합니다.

이제 우울증 증상을 일상 표현으로 치환을 해보도록 할께요.

먼저 인지/사고 부분을 살펴 보도록 하죠. 우울장애를 겪는 동안 경험하는 인지/사고의 특징 중 하나는, 집중력이 감퇴하고 생각이 흐려지고 판단력이 저하되는 점 입니다. 가령 책과 씨름 중 랙 걸린 것마냥 다음 페이지를 넘어가기 어려운 경험, 리포트를 작성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백지 상태가 되어 두 손을 키보드 위에 한참을 고이 모셔놓고 있다던지 하는 경험들 말이죠.

평소 쉽게 판단할 수 있던 간단한 일들조차 갈등하고 갈팡질팡하게 되기도 합니다. 자꾸 깜빡깜빡 까먹는다던지, 물건을 흘리고 다니기도 하구요. 이런 사소한 일들조차 버거워지는데, 중요한 일이거나 복잡한 사고를 요하는 과제에 맞딱드리게 되면 금새 심리적으로 압도되어 얼음이 되어버리기 일쑤죠.

그렇담 이제 행동적인 면을 볼까요? 다양한 형태의 변화를 수반하지만 그 중, 수면변화, 식욕변화, 체중변화, 심리적 운동기능 (psychomotor functioning) 변화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잠자리에 들어도 잠이 안 와 뒤척뒤척하거나 잠이 들어도 금새 깬다거나 아예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도 자도 졸립고 피곤하고 잠에서 깨 눈을 뜨면 침대와 내 몸이 하나인 것 같아 매정히 떨치기가 힘든 상태 말예요. 어느 때는 의욕이 없고 오늘 하루를 또 감당해야 하는 것이 두려운 등의 이유로 마음이 서지가 않아 또 잠을 청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울감을 이기기 위해 음식에 의존하는 경우 식욕이 증가하고 또 체중이 불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입맛이 뚝 떨어져 식욕 감퇴와 체중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리적 운동기능의 변화, psychomotor agitation or retardation의 경우 과민화되어 안절부절할 수도 있고, 반대로 온몸이 천근만근이어서 숟가락 까닥하는 것조차 버거워지기도 합니다. 또한 원기와 의욕이 감소하여 뭐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쉬이 피곤해지고 만사가 다 귀찮아지기도 하죠. 심지어 우울증은 흥미와 즐거움을 앗아갑니다. 라디오 스타를 봐도 재밌지가 않고 그리 좋아하던 챔피언스 리그에 대한 흥미조차 잃게 되는거죠.

우울증으로 인해 납덩이마냥 마음에 무겁게 내려않는 ‘독’과 같은 생각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죄책감과 무가치함이 있습니다. 솜털같은 존재감, 세상의 숙제가 주는 중압감의 늪에 빠져 “난 왜 이모양이지? 나같은 거 하나 없어진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난 아무것도 아니야. 난 여러사람한테 짐만 되는 존재야…” 등등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극단에 다다를 때 자살에 대한 충동으로 이르게 되기도 합니다.

우울증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우울증 뿐 아니라 모든 정신 및 심리 장애의 경우 해당하는 대전제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그 대전제라 함은 1) 심리적 고통 그리고 2) 심리사회적 기능의 저하와 손상입니다.

우울증 생활백서의 예를 통해 심리사회적 기능의 저하 및 손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불면증 탓에 수시로 지각. 업무 시간에 꾸벅꾸벅 졸기 일쑤. 집중이 안 되는 탓에 보고서 마감날 놓치기. 우울한 기분 탓에 집에만 꽁 쳐박혀 좀비로 지냄. 모처럼 친구들이 놀아준다 해도 다 귀찮아 거절. 계속되는 거절에 더이상 찾는 이 없고 고립. 기분은 날이 갈수록 더욱 다운이고, 난 뭐하는 인간인가 자괴감 들고, 나같이 쓸모없는 인간이 아까운 산소를 축내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은 더 커지고…

참고로 극과 극을 오가는 양극성 기분 장애 혹은 조울증 (bipolar disorder)의 경우 자살율이 20%로 우울증보다 더 높아요. 이유인즉 허니, 이들에게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없는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는거죠. 울증 기간에 땅으로 푹 꺼져있다가 조증으로 방향전환 시 생긴 에너지로 자살을 실행한다는 겁니다. 슬프게도 너무 우울하면 자살할 기력이나 의욕도 없어요. 비슷한 맥락으로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는 사람의 경우 식물인간형 극심한 우울증 상태에서 자살의 빈도보다 회복상황에서의 자살이 더 눈에 띄기도 합니다.

마무리로 치료 이야기를 아주아주 간단하게 하겠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다른 하나이고, 치료 후 빠른 시일 안에 8-90%의 경우 가파른 회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 약과 심리치료를 병행했을 때 효과가 가장 뛰어났고, 재발률이 가장 낮았다 해요. 약으로만 치료를 받았을 경우와 심리치료만으로 치료를 받았을 때 비교 시, 일시적 효과는 약이 더 좋았으나, 장기적 효과는 심리치료가 더 뛰어났다고 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