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하며

바쁘다는 말을 주술처럼 내뱉으며 살다가도삶의 무료함 끝에 스며드는 헛헛함의 떫은 감정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같고, 내일 또한 오늘과 다를 바 없으리라 짐작하지만, 삶은 종종 일상을 배반합니다. 소용돌이 쳐대는 감정에 삶이 휘청하는 날,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싶은 날, 내 안에 침잔해 있던 불순한 마음을 대면하는 날, 모처럼 누구한테건 내 감정을 다 토해내고 싶은 심정인데 막상 내 얘기 들어줄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 날. 그런 쓸쓸하고 쓰라린 날들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을 겁니다. 오늘, 당신의 날이 그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계 안에서 상처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우리는 그렇게 살고, 배우고, 성장해 나갑니다. 때로는 관계의 밀도로 인해 숨이 막히기도 하고, 타인의 사랑이 억압과 폭력으로 환치되어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혹은 반대로 무관심과 몰이해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애정에 목말라 아프기도 합니다. 차이와 다름이 오해의 씨앗이 될 때도 있고, 숨은 욕망이 갈등의 씨앗이 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방법대로 삶의 무게를 이겨내며 오늘 하루도 살아내고 있습니다. 대항해 보기도 하고, 냉소로 응대하거나, 애써 외면해 보기도 합니다. 장애물을 치운답시고 온힘을 다해 보지만, 속된 말로 삽질 열심히 하며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냉소는 어느 순간 내게 칼날같은 치명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모른 척 혹은 부정하는 동안 문제는 곪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심리치료는 나를 따뜻한 눈으로 깊이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나의 좋은 점 뿐만 아니라 차마 인정하기 싫은 부분까지도 결국엔 감싸안아야 하겠죠. 그리고 삶의 고단함, 내 안의 유약함 혹은 이율배반, 관계에서의 고통을 토해내는 과정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상처가 아물고, 성장하고, 결국 견뎌내는 힘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수련 기간 중 1년동안 Asian Pacific Center에서 주로 한국어가 편한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차차 적응을 했지만, 처음에는 지축이 뒤집어지는 느낌같다고나 할까요? 선택지에 없는 상황이 자꾸 발생하는 까닭이었지요. 심리치료에 대한 백지에 가까운 이해, 그럼에도 심리 장애에 대한 지독한 오해와 편견, 그로 인한 수치심 및 거부감 등에 맞딱들였으니까요. 그런 제 경험을 비추어 정성스레 벽돌을 쌓듯이 어느 누구에게는 의미있는 내용이길 바라는 마음을 깃들여 심리치료와 검사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보려 합니다. 

이제 지구별에 한 켠 전세내고 사는 동료 지구인으로서의 따뜻한 시선과 유대감으로 블로그를 시작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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